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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단기어학연수 프로그램

2012 하계 일본 오사카부립대학교_김동성

작성자
정윤
조회
3106
작성일
2012.09.24

 

어학연수를 다녀와서



  나는 원래부터 일본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 일본과 무역하는 일을 하시던 아버지, 학교에서 배운 일본어, 도서관에 잔뜩 있었던 일본소설, 어린아이라면 누구나 한두개쯤은 알고있을법한 일본의 만화들... 어려서부터 그런 것들을 잔뜩 접하며 자란 나에게 있어, 일본이란 나라는 언젠가 꼭 한번 가 보고싶은 가깝고도 먼 나라였다.


  그 꿈을 위해, 군대에 있을 시절 일본 워킹홀리데이를 준비했다. 아무도 날 모르는 낯선 곳에, 하지만 동경하던 일본에 가서 혼자만의 힘으로 살아보고 싶었다. 그런 마음을 품고 부대 내에서 짬짬히 공부해 JLPT시험에도 합격하고, 여권을 만들고, 어찌어찌 워킹홀리데이 비자에 합격하였다.


  그러나 전역을 일주일 앞두고 내게 들려온 것은 관동대지진이라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이였다. 사은품처럼 딸려오는 원전소식까지 합쳐져, 내가 기껏 취득한 워킹홀리데이비자는 휴지조각이 되어 버렸다.


  아쉬움에 복학하기 직전, 홀로 짧은 여행을 다녀 왔지만 일본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열망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런 아쉬움을 품고 복학해 학교에 다니는 와중에 발견한 이번 교환학생 프로그램 모집공지는, 나에게 있어 사막 속의 오아시스였다.


  공지를 보자마자 신청서를 작성하고, 면접을 보고, 서류를 준비하고... 모든 것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꽤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탓에 가족들에게 미안했지만, 어떻게 해서라도 가 보고 싶었다. 그리고 학기가 끝났다.


  학기가 끝나고, 7월이 시작하면서 나는 일본으로 건너갔다. 목적지는 오사카.


  두 번째로 도착한, 이번에는 살아보기 위해 찾은 일본의 첫인상은 ‘뜨겁다’였다. 한국도 뜨거운 나라지만, 일본의 더위는 결코 한국에 뒤처지지 않았다. 공항에 내려 정신없이 주위를 둘러보며 숙소로 이동했다. 한달을 지내게 될 내 방은, 조금 작고 허름했지만 그럭저럭 맘에 들었다.


  도착한 날 밤, 같이 건너간 친구들과 5명이서 부립대학으로 향했다. 사전 정보도 없이, 오로지 지도 한 장에만 의지해서 자전거를 달리길 한시간 경, 우리 눈앞에는 앞으로 한 달 간 소속되어 공부하게 될 학교가 나타났다. 한적한 시골, 기찻길을 건넌 곳에 위치한 부립대학은 꽤 멋졌다. 이런저런 감상의 탓일까, 마치 어릴 적 드라마에서 보던 것만 같은 캠퍼스라고 생각했다.


  돌아오는 길은 꽤 힘들었지만, 그래도 두근거리는 마음에 날아갈 듯한 속도로 돌아왔다. 내일 인사하러 갈 일을 생각하면서. 그러나 다음 날은 비가 왔고,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물에 젖은 생쥐꼴로 학교에서 이리저리 끌려다니기만 했다. 그래도 모든 것이 신선했다.


  그리고 정신없는 한달이 시작되었다.


  매일 자전거로 왕복 두 시간 가량을 달려야 하는 학교. 뜨거운 날씨. 꽤 번거로운 연구 과제. 잦은 비는 우리를 힘들게 했었고...


  자전거로 길을 해메다 보게 된 멋진 풍경. 착한 일본인 친구들. 여가시간의 이런저런 여행. 쇼핑. 평소에 먹지 않는 먹거리들은 즐거움을 주었다.


  그리고 순식간에 한 달은 지나가고, 나는 한국에 돌아왔다.


  이번 연수는 짧았다. 기숙사도 멀어서 학교에 통학하기도 힘들었고, 어학연수와는 별로 관계가 없는 연구과제 덕분에 이야기하고 경험할 시간을 빼앗기기도 했다. 부정적으로 생각한다면, 이 어학연수로 인해 내 삶이 당장 달라진 점은 전혀 없다. 다만 이력서에 한 줄이 더해졌을 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히 나에게 무언가가 남았다고 생각한다.


  일본어 공부와, 원문 소설을 보며 나름 자신은 있었지만 당당하게 말하지 못했던 일본어가, 틀리더라도 부담감을 덜고 말해 볼 수 있게 된 점. 한국과 비슷한 것 같지만, 내면은 꽤 다른 일본 문화의 이해. 모르는 곳을 여행하며 본 광경들.. 일본과 한국의 뗄레야 뗄 수 없는 역사와 애증의 관계에 대한 이해가 늘었다는 점. 일본인들의 사고방식을 조금이나마 알 것 같다는 것.


  하지만, 내가 그곳에서 보고 느낀 것들. 일본에 대한 이해는 분명 나에게 있어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또 다시 일본에 가 보고 싶다는 마음도 포함해서.